언어의 온도
-이기주
이 책을 예전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다른 책들에 밀려 안 읽고 있었던 책인데, 우연히 읽을 책이 없던 순간에 책꽂이에 꽂혀 있던 "언어의 온도"를 발견한고, 이제 읽을 시간이 다가왔구나 느끼면 이 책을 꺼내 읽었다.
평소에도 말이 거친 나는 "욕 하지 않기", "비난하지 않기"등 많은 도전을 해왔지만 성공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험이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이 책을 읽고 싶다고 느꼈다.
다언이 실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자. p. 30
나는 평소에도 말이 많은 편인데, 말을 많이 하면서도 스스로 늘 되새기고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바로 "말은 많이 하면 실수하기 마련이다."이다. 어색한 순간을 잘 버티지 못해 말을 많이 하지만, 그러는 동안 나도 모르는 실언을 할까 봐 늘 조심스럽다. 그런 걱정은 나만 하는 게 아닌 것 같았고 매번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apology는 '그릇됨 에서 벗어 날 수 있는 말'이라는 그리스어 aplogia에서 유래했다.
사과의 사는 '면하다' 또는 '끝내다', 과는 지난 과오다
사과에 하지만이 들어가면 사과가 아닌 회피를 위한 변명이다. p.54
나도 늘 하기 힘든 것이 사과 이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유치원 때 기억이 있다.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 친구와 다투고 난 뒤 한 2-3시간이 흐르고 나서 서로에게 나쁜 감정은 크게 남아있지 않지만 서로가 어색한 상태였다. 그 나이에 나는 먼저 사과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는 나이였다. 그런데, 그 친구가 먼저 다가와 자신이 잘못했다며 미안하다고 말을 하며 사과를 건네어왔다. 다른 어떠한 변명도 없이. 유치원의 나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인상 깊은 순간이었고, 그 친구가 정말 멋있어 보였다. 나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사건을 잊을 수가 없으며, 내가 사과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아직도 그 순간을 생생히 떠올리며 먼저 사과를 해보고자 노력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먼저 사과를 해준 덕분에, 나도 먼저 사과하는 방법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요즘 나는 사과에 하지만을 사용하고 있진 않을까, 스스로의 미안함과 동시에 상대방의 과오도 사과받고 싶은 건 아닐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그 순간에 얼마나 억울하든 얼마나 사과받고 싶은, 사과의 목적은 나의 그릇된 일을 고백하는 것임을 잊지 않아야겠다.
중학교 시절, 한 국어 선생님이 이런말은 하신 적이 있다. " 변명은 원래 많이 늘어뜨려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억울함을 말하는 것이 변명이니깐." 사람들은 변명을 안 좋은 것으로 치부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회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명백하다면 변명은 당연하게 길고 자세하게 말해야 하는 것이다. 이 변명이 사과에 사용되면 어떻게 될까. 변명의 사전적 의미는 "옮고 그름을 가려 사리를 밝힘"이다. 우리는 변명으로 자신이 그르지 않고 옮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과에 변명이 들어간다면 자신의 잘못을 말하는 순간에도 자신이 잘못되지 않고 옳다고 말하는 모순되는 행동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프로"와 "아마추어"가 한 분야에서 돈을 번다면 그 분야의 프로이고 아니라면 아마추어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이 책에선 프로와 아마추어의 어원에 대해서 말해준다.
professional의 어원은 '선언하는 고백' 이란 라틴어인 professio에서 발견할 수 있다.
amatuer는 '애호가', '좋아서 하는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는 라틴어 amator에서 유래했다. p.158
저자는 이러한 유래화 함께 "아마추어와 프로의 판단 기준은 태도가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프로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돈의 관점에서 프로가 되려고 한 것은 아닐까 했다. 이제부턴 프로같은 태도를 한번 가져보려 한다. 하기 싫은 일이여도 끝까지 해내는 프로답게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 나이가 든다는 것은 뭘까? 시간이 흐르는 것? 저자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어른이 뭐지
어른으로 자라야 한다는 발상은 어른인 사람이 어른이 아닌 사람보다 무조건 우월한 존재라는 조금 헐거운 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p.265
나이 듦, 늙음, 젊은 이란 무엇인가.
확실한 건 낡음은 늙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p. 267
나도 30대가 얼른 되고 싶다. 그 나이가 인생에서 가장 멋있는 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치도 있으며, 금전적으로 여유도 있고, 안정된 가정을 만들 수 있는 나이가 그때라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나에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가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만큼의 경험을 가지는 것이 나이가 드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우리가 나이가 든 사람을 존중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우리와 차이나는 나이만큼 우리보다 많은 경험을 한 것을 존중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된다, 철이 든다, 나이가 든다, 모두 비슷한 의미를 지닌 것 같다. 몸은 성숙하지만 생각은 어린, 몸은 어리지만 생각은 성숙한 사람이 있든, 낡음이 늙음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는 것 같다. 나도 무엇이 어른이고 철듦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아직 내가 어른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어른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진짜 내가 되는 것이 아닐까".
경상도에서는 친구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보다, "야"라고 부르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래서 서울로 올라가서는 친구들을 야라고 부르지 않고 이름으로 부르려고 노력했다. 자주 쓰던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어색한 지경이었다.
이름을 부르는 일은 숭고하다.
숭고하지 않은 이름은 없다. p. 277
우리는 왜 누군가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까지 어색하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되었을까. 앞으로 소중한 사람들의 이름을 자주 불러주어야겠다.
내 여유와 의지가 없었다.
볼 준비가 안돼 있었는데, 느낄 여유가 없는데,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가. p.304
정말 좋은 글귀이다. 글을 잘 표현하지 못해 좋다는 말로 표현하지만, 빠르게 변하고 각박한 세상에서 이 글귀 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여유가 생기는 말이다.
내가 많은 것을 보고 행복하지 않고 아름답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볼 준비가 안돼 있고, 느낄 여유가 없는 것이다."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것인데 나는 왜 그토록 많은 것들에 불평을 하고 불만을 가졌을까.
이 책의 마지막 문장으로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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